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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 - 송경아 모든 이야기는 한여름밤의 악몽과도 같다’라는 배수아 소설의 외침은 다른 각도에서 송경아의 소설이 지닌 인식론적 믿음과도 상통한다. 배수아의 소설이 무의식적으로 체화된 대중문화적 감수성을 무차별하게 뿜어내고 있다면, 송경아의 소설은 ‘포스트모던 시대의 소설’을 지향하는 의식적인 고안품이다. 소설이 환상과 현실을 교란하는 언어적 허구물이라는 것, 작가 역시 실존적이고 체험적인 삶의 진정성을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허구적인 창조물의 소유자라는 점은 송경아 소설에서 변함없이 되풀이되는 주제이다. 그렇게 보면, 신세대로 지칭되는 젊은 작가들 중에서 이렇듯 작가로서의 자부심과 신념이 작품의 전면에 압도적으로 드러나는 예도 드문 편이다. 추상적 관념을 출발점으로 하여, 그것을 가상적 알레고리로 만들어내는 과정은.. 더보기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 김영하 1990년대 후반, 수상한 무리들이 한국문학의 영토를 침범했다. 생소한 감각과 미학으로 무장한 그들은 전통적인 모범이나 규칙을 그다지 존중하지 않는 편이었다. 『계몽주의는 철 지난 신화로 취급당하고, 리얼리즘적 재현원칙이 강력한 도전에 직면했으며, 고급문학과 대중문학, 사실과 허구 사이의 유서깊은 분리는 대단히 불투명한 것이 되었다. 한때 신경숙·윤대녕 등의 문학을 가리켰던 '신세대문학'이란 명칭은 내면적 진실과 문학적 진정성마저 거부하는 그들에게 더욱 합당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문학은 단순한 '안티' 이상의 것이었다. 90년대의 '신세대문학'이 즉자적인 반역이나 일시적인 유행 이상이라는 사실은 갈수록 더욱 확연해지고 있다. 아마 그들의 작업을 제외하고 90년대 문학의 지도를 작성하는 일은 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