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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녕

윤대녕 비평1 “정동진으로 갑시다!” 간첩사건이 한창이던 지난 추석 무렵의 어느 날 밤 인사동 골목. 지하노래방에서 2차를 마치고 3차 행선지를 정하고자 비틀거리며 서 있던 일행 속에서 난데없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정동진이라니? 웬 간첩? 웬 접선? 그 무렵 정동진이라면 좌초한 잠수함에서 내린 일단의 북조선군들을 상대로 대간첩작전이 한창 전개되던 곳이었다. 소리 나는 쪽을 돌아보니 껀정한 키의 윤대녕이었다. “얼마 전에 가본 정동진역의 스산한 풍경이 눈에 밟혔다”고 그는 나중에 변명삼아 말했지만, 하필 그 순간 정동진을 떠올린 것은 왜였을까? 그것은 혹 노래방에서 발악하듯 부른 노래 때문이 아니었을까? 예전에 한 술집이 있었다네 거기서 우린 한두 잔씩 술을 마시곤 했지 웃으면서 시간을 흘려보내던 것을 기억하는지 그리고.. 더보기
사슴벌레 여자 - 윤대녕 상상 속에서라면 소설가는 마치 공기처럼 자유로울 수 있을까? 오히려 모든 훌륭한 소설가들은 예외없이 자신의 삶이 만들어낸 상처와 소망등을 통해 단 하나의 우물을 파내려가는 존재들이 아닐까? 그 낯선 타자의 심연에 가끔씩 우리 자신의 모습을 겹쳐보는 일이 소설을 읽는 일일 수도 있으리라. 윤대녕 소설은 조용하면서도 지속적인 어떤 삶의 실천행위처럼 여겨진다. 그를 읽어가노라면 밤길에서 검은 보석을 줍는 듯한 느낌에 빠져든다. 장님처럼 그냥 지나쳐 버릴 수도 있고 참 값진 것을 얻을 수도 있다. 이미적지 않은 소설들이 씌어졌는데 이들은 모두 한결같은 주조음률을 반복하고 있다. 어떤 이는 그것을 타성이라 하고 또 다른 사람은 거기서 작가의 신념을 읽는다. 그의 새로운 소설 『사슴벌레 여자』도 그의 소설적 문맥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