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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윤대녕 비평2 1. 시간의 대화와 전복적 가역반응 윤대녕의 소설은 독특하다.1)1) 이 글에서 사용한 텍스트들은 다음과 같다. 『은어낚시통신』(문학동네, 1994),『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중앙일보사, 1995),『남쪽 계단을 보라』(세계사, 1995),『추억의 아주 먼 곳』(문학동네, 1996),『지나가는 자의 초상』(중앙일보사, 1996),『천지간』(문학사상사, 1996),"상춘곡, 1996"(『문학동네』 1996년 여름호) 이하 본문을 인용할 때는 편의상 출처의 머리글자(즉 『은』, 『옛』, 『남』, 『추』, 『지』,『천』, 『문』)와 그 쪽수만 표기하기로 한다. 그는 자신만의 글감과 스타일로 독자들을 자기 세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묘한 힘을 가진 작가다. 혼돈과 모색의 연대로 기록될 이 90년대의 벽두에 등단한.. 더보기
윤대녕 비평1 “정동진으로 갑시다!” 간첩사건이 한창이던 지난 추석 무렵의 어느 날 밤 인사동 골목. 지하노래방에서 2차를 마치고 3차 행선지를 정하고자 비틀거리며 서 있던 일행 속에서 난데없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정동진이라니? 웬 간첩? 웬 접선? 그 무렵 정동진이라면 좌초한 잠수함에서 내린 일단의 북조선군들을 상대로 대간첩작전이 한창 전개되던 곳이었다. 소리 나는 쪽을 돌아보니 껀정한 키의 윤대녕이었다. “얼마 전에 가본 정동진역의 스산한 풍경이 눈에 밟혔다”고 그는 나중에 변명삼아 말했지만, 하필 그 순간 정동진을 떠올린 것은 왜였을까? 그것은 혹 노래방에서 발악하듯 부른 노래 때문이 아니었을까? 예전에 한 술집이 있었다네 거기서 우린 한두 잔씩 술을 마시곤 했지 웃으면서 시간을 흘려보내던 것을 기억하는지 그리고.. 더보기
파트리트 쥐스킨트 비평 흔히 독일 문학은 사변적으로 전개되는 난해한 내용 때문에 일반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가 없으며, 따라서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많이 읽히지 않는다고들 말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다른 독일 작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상업적으로도 커다란 성공을 거둔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독일 작가치고는 예외적인 작가라 할 수 있다. 혹자는 그런 그를 단순한 대중 작가로 폄하하기도 하고, 또 혹자는 조금 후하게 평하여 독일 문학에서 헤세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작가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쥐스킨트를 간단히 대중 작가로 치부해 버릴 수 있을까? 지금까지 발표된 그의 작품들, 『향수』, 『좀머 씨 이야기』, 『콘트라베이스』, 『비둘기』를 읽고 얼핏 그렇게 느끼듯, 그의 작품은.. 더보기
김소진 비평1 1. 작품과 육체 김소진, 그의 ‘초상화’를 그려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마도 이 초상화가 의미있는 것이 되려면 내가 그의 작품을 읽어오면서 생각하고 느껴왔던 것의 한 측면을 드러내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한 측면이란 결국 그의 ‘자아 주위에 있는 장막’ 즉 그의 ‘퍼소나(persona)’에 불과한 것이다. 퍼소나 란 어떤 사람이 외부적으로 어떻게 나타내 보여야만 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사회와 개인 사이에 있는 하나의 접점이라고 말한 것은 칼 융이던가. 아무튼 김소진의 초상화를 그려낸다는 것은 나에게 ‘끔찍한’ 일이 되고 말 것 같다. 웬 끔찍함일까. 그는 글을 쓴 사람, 그것도 소설을 쓴 사람으로 기억되겠지만 그가 누구보다도 성실한 생활인이었다는 것을 먼저 말해야 되겠다 . 한 사.. 더보기
김소진 비평2 1. 회상, 세기말의 감각에 맞서는 힘 김소진의 소설은 미아리에서 시작하여 미아리에서 끝난다. 그의 데뷔작은 1991년 발표된 「쥐잡기」이고 마지막 작품은 1997년 발표된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이다. 둘 모두, 미아리 산동네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며 동일하게 민홍이라는 화자가 등장하고 있다. 단순한 우연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34세를 일기로 짧은 생애를 마감하기까지 김소진은 6년여의 작가 생활을 하면서 동화와 콩트집을 포함하여 여덟 권의 책*을 썼다.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부터 연작소설집 『장석조네 사람들』을 거쳐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에 이르기까지, 그의 세계를 관통하고 있는 핵심적인 줄거리가 바로 그 미아리 산동네이기 때문이다. 물론 반드시 미아리이거나 산동네일 필요는 없다. 전기 .. 더보기
신경숙 비평 2 신경숙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이 서로 가족이거나 이웃이거나 친구의 관계에 놓여 있다. 간혹 외지인이 작품 속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들의 존재 가치는 작품 내적으로 볼 때, 미미할 뿐이다. 그런데 신경숙의 작품 세계에 가족 혹은 이웃의 자격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단순히 가족이나 이웃의 자격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운명의 실타래에 묶인 사람들처럼 서로가 서로의 삶 속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짐을 지우고 그 짐을 넘겨 받는, 이른바 공동체적 운명을 몸으로 살고 있다. 그의 작품 「겨울 우화」「지붕과 고양이」「황성 옛터」「등대댁」「밤고기」「어떤 실종」등의 경우가 특히 그렇거니와 다른 작품들에서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앞서 언급한 인물상의 관계가 모두 나타난다. 위의 사실.. 더보기
신경숙 비평 - 63세대와 공룡의식 63세대와 공룡의식 김윤식 1. 세대론의 고해성사 이해하는 일과 공감하는 일이 어떻게 다르며 또 그들의 관계란 어떻게 정립되는 것일까. 문학사 밑 정신사에서 이 물음 만큼 소중한 것은 많지 않다. 질문자 자신이 그것에 참여하고 있는 겨우엔 특히 그러하다. 내 육체적 나이는 늙었지만, 내 정신의 나이는 언제나 1960년의 18세기에 멈춰 있었다. 나는 거의 언제나 4.19세대로서 사유하고 분석하고 해석한다. 내 나이는 1960년 이후 한 살도 먹지 않았다. -『분석과 해석. 』머리말- 이는 60년대 문학사 및 정신사를 주도해온 문제적인 개인 김현 씨의 1988년도의 심정고백서이다. 이러한 발언이 일종의 고해성사처럼 보이는 것은 나만의 편견일까. 고해성사란 신 앞에 자기 심정을 드러내는 종교적 행사의 일종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