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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은희경 은희경(殷熙耕)은 이른바 '신세대작가'들 중 예리한 문제의식과 섬세한 감수성을 겸비한 드문 경우이다. 서두에서 평자는 신진작가들의 문학에서 눈물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지만, 은희경의 문학에는 그 눈물이 있다. 은희경 문학의 냉소주의를 익히 알고 있는 사람들은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은희경의 냉소 속에는 분명 눈물이 배어 있다. 평자는 이 점이 은희경 문학의 진실성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그녀의 첫 장편 『새의 선물』에서도 그 눈물이 확인된다. 『새의 선물』은 형식적으로는 『지상에 숟가락 하나』와 같은 성장소설이다. 하지만 『새의 선물』의 실질은 성장소설과 거리가 멀다. 왜냐하면 이 소설에는 많은 논자들의 분석처럼 성장이 없기 때문이다. 성장이 부재한 성장소설은 일종의 형용모순이란 점에서.. 더보기
은희경 비평1 1. 아픈 여자들 여자들이 있다. 그들은 대개 아프다. 그렇다고 그들이 수척하고 파리한 얼굴로 흰 가운을 입고 병실에 누워 있는 것도 아니며, 창밖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남아 있는 이파리의 수를 세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 곁에는 더이상 그들의 가녀린 손을 잡고 애처롭게 바라보는 남자들이 없다. 그들 곁에는 제때 챙겨 먹여야 할 아이들과 빨래감과 설거지 그릇들과 기한에 맞춰 납부해야 할 고지서들이 있을 뿐이다. 그 사실은 그들을 아프게 한다. 그들은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고 때로 구토를 일으킨다. 그들은 말없이 속앓이를 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정신병원을 다니거나 때로 자살을 한다. 그런데도 그들 곁엔 남자들이 없다. 남자들은 언제나 외출중이며 그들은 그녀들이 아프다는 것을 모른다.. 더보기
은희경 - 그것은 꿈이 였을까 은희경의 소설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은 매순간 재미있다는 데 있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재미를 못 느끼는 사람은 독서에 적합하지 못한 교양과 감성을 갖추었거나 아니면 보통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문학관을 지녔을 것이다. 은희경의 소설은 이미 시작도 하기 전에, 즉 에서부터 재미있다. 가령 라든가 같은 아포리즘, , 혹은 이런 식이다. 이런 문장을 읽으면서 어찌 재미있어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진술들이 진실이냐 사실이냐 아니냐와는 상관없다. 일단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별 것 아닌 일도 한 발 옆으로 물러나 바라보면 순간적으로 낯선 그림이 되어 마음의 액자 속에 담기는, 그 언어의 유희가 발군이다. 그러다가도 평범한 현상을 이런 언어의 액자에 담아놓는 가 너무 자주 반복된다 싶으면 그 단맛에 속이 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