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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진

장석조네 사람들 - 김소진 김소진의 소설 『장석조네 사람들』은 다채로운 생할언어. 토착어의 향연을 펼쳐 보여 주고 있는데, 그것을 다루는 작가의 솜씨가 얼마만큼이나 능란한가 하면, 이 작가가 이제 겨우 30을 넘긴 젊은이라고는 잘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작가 자신이 성장기를 보낸 곳, 즉 서울인데, 서울이라는 곳이 실재로 8도 사투리의 집합소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충실이 반영하려는 듯, 이 소설에서 나오는 등장 인물들은, 함경도에서 전라도에 이르는 다양한 지역의 사투리를 두루 구사한다. 작가는 이처럼 다양한 방언들을 어색하지 않게 섞어 놓으면서 , 그 모두에다 활기와 역동성을 부여하고, 거기에 다시 적절한 수준의 해학미를 결합시켜, 한 바당 흥겨운 언어의 잔치판을 놓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잔치판에서.. 더보기
자전거 도둑 - 김소진 자전거 도둑』을 읽는 일은 독자의 입장에서도 흥미롭다. 아니 흥미롭다기보다는 긴장된다. 작가는 『장석조네 사람들 』에 붙인 서문에서 이렇게 쓴 적이 있다. 이 이야기를 누구에게 읽어보라고 해야 할지 겁이난다. 누군가 실패한 이야기라고 말한다면 , 그때 내가 매달린 최후의 보루는 무엇일까. 글세 아마 아버지가 아닐까. 이 아버지 이야기에 해당되는 작품이 「첫 눈」이다. 어린 소녀인 '내'가 이봉학이란 인물을 관찰하고 있다. 그는 거친 성격이지만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곧잘 도와준다. 그는 취로사업 임금으로 받은 변질된 밀까루 대해 항의하다 억울하게 주동자로 몰렸고 아버지는 형사들의 호통 때문에 무기력하게도 이봉학의 범행의 증인이 되어 버린다. 이제 이봉학이 출소하여 돌아온다."연장 주머니에서 빠루같이 생긴 .. 더보기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소설집) - 김소진 1.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문학 "손목이 풀렸네" 작년 여름 어느날 평소에 자주 어울리던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누군가가 김소진에게 건낸 말이다. 계간지 여름호에 발표된 단편「쏴주」의 독후감이었다. "에이 형도. 풀리긴 뭐.글 쓸 땐 늘 손이 떨리는데."귀밑을 붉히고 수줍게 미소지으며 김소진은 그랬다. 모두가 유쾌해서 그날 술자리는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었다. 김소진은 아마도 그가 자랑하는 18번 노래 '아파트'를 부렀을 것이다. 안타깝다. 김소진의 유작집에 묶인 11편의 중단편을 다시 읽노라니 가슴이 아프다. 바야흐로 손목이 풀려 더 넓고 깊은 세계로 김소진은 나아가고 있었다. 대상을 보는 눈을 휠씬 깊고 섬세해졌으며 붓길은 치밀하고 힘차면서도 자연스럽게 흘러내려 우리말을 엮어이울 수 있는 아름다움의 경.. 더보기
김소진 비평1 1. 작품과 육체 김소진, 그의 ‘초상화’를 그려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마도 이 초상화가 의미있는 것이 되려면 내가 그의 작품을 읽어오면서 생각하고 느껴왔던 것의 한 측면을 드러내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한 측면이란 결국 그의 ‘자아 주위에 있는 장막’ 즉 그의 ‘퍼소나(persona)’에 불과한 것이다. 퍼소나 란 어떤 사람이 외부적으로 어떻게 나타내 보여야만 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사회와 개인 사이에 있는 하나의 접점이라고 말한 것은 칼 융이던가. 아무튼 김소진의 초상화를 그려낸다는 것은 나에게 ‘끔찍한’ 일이 되고 말 것 같다. 웬 끔찍함일까. 그는 글을 쓴 사람, 그것도 소설을 쓴 사람으로 기억되겠지만 그가 누구보다도 성실한 생활인이었다는 것을 먼저 말해야 되겠다 . 한 사.. 더보기
김소진 비평2 1. 회상, 세기말의 감각에 맞서는 힘 김소진의 소설은 미아리에서 시작하여 미아리에서 끝난다. 그의 데뷔작은 1991년 발표된 「쥐잡기」이고 마지막 작품은 1997년 발표된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이다. 둘 모두, 미아리 산동네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며 동일하게 민홍이라는 화자가 등장하고 있다. 단순한 우연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34세를 일기로 짧은 생애를 마감하기까지 김소진은 6년여의 작가 생활을 하면서 동화와 콩트집을 포함하여 여덟 권의 책*을 썼다.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부터 연작소설집 『장석조네 사람들』을 거쳐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에 이르기까지, 그의 세계를 관통하고 있는 핵심적인 줄거리가 바로 그 미아리 산동네이기 때문이다. 물론 반드시 미아리이거나 산동네일 필요는 없다. 전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