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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내 여자의 열매(소설집) - 한강 소설이 '길찾기'에 비유되어온 것은 '출구' 혹은 '집'을 향한 그것의 욕망과 무관하지 않다. 오랫동안 소설은 혼돈을 물리치고 미정형 상태에 일정한 질서를 부여하려는 욕망의 산물로 이해되어왔다. 이러한 욕망은 혼돈이란 구획되고 정리되어야 할 과제라는 인식과 더불어 그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나갈 주체는 인간의 이성이라는 사실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전제로 한다. 온갖 유혹과 환난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사랑하는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오디쎄우스의 여정을 소설의 전범으로 삼는 이론이 근대의 일반적인 소설론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에게 소설은 언제나 스스로의 욕망을 규율하고 통제하는 합목적적 주체의 간지(奸智)였다. 그러나 최근 우리 문학에서 이러한 의미의 소설을 찾아보.. 더보기
한강 - 검은 사슴 소설은 세상을 읽는다. 세상은 모든 인간적인 부대낌들이 만들어내는 삶의 무늬들로 넘쳐나고, 이 많은 삶의 무늬들을 소설이 전부 담아내기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소설은 자신의 창을 통해 포착된 현실을 읽고, 그것을 그리고자 한다. 현실을 포착하고 그린다는 것은 결국 소설이 세상을 읽되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읽느냐 하는 것의 중요성을 달리 표현한 말일 텐데, 이 계절에 만난 두 여성작가의 작품 역시 읽기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우면서, 그들 나름의 독특한 세상읽기의 방식을 우리 앞에 내보이고 있다. 지금의 현실은 어떤 사람에게는 살아남는다는 것의 무게를 그 어느 때보다 힘겹게 인식시켜줄 것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과장된 넘쳐남과 화려함으로 치장된 물질적 풍요로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