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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왼쪽 날개가 약간 무거운 새 - 김승희 이 소설은 미국 대학에서 한국 문학을 가르치는 여교수의 방랑기이다. 주인공 미랑은 자신의 삶이 순례와 방랑 중에서 어느 쪽인지 자문하지만 라는 작가의 말에 비춰본다면 작가는 미랑의 방랑기가 만행록쯤으로 읽혀지길 바라는 것 같다. 방랑이든 만행이든 아무튼 여교수의 떠돎의 원인(遠因)은 출생의 비밀, 실연일 테고 근인(近因)은 국내 대학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모가 누구인지, 자기 피를 누구로부터 받은 것인지 몰라 고민하는 소녀, 한 남자로부터 수혈을 받고 신생의 기쁨과 더불어 사랑에 빠진 여대생 등등 이런 설정은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줄거리이다. 또한 권위적이고 구태의연한 대학 이사장과의 면접 장면, 그리고 재력과 권력을 쥔 아버지를 둔 다른 여자 후보에게 밀려나 세상 밖으로 흘러간 이야기도.. 더보기
산타페로 가는 사람 - 김승희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이상(李箱)이 올라갔던 ‘미쯔꼬시’ 옥상에서 다시 날기를 시도하는 김승희(金勝熙)는 날개의 무게조차 줄여서 가벼워지기를 원한다. 하기에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날개를 젖게 하거나 부러뜨리는 ‘중력’이다. “나에게 매달리려는 것들, 나를 목매다는 것들, 내가 어쩔 수 없이 목매달고 싶은 것들”을 뿌리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에게 모든 집착이나 굴레는 만족이나 자유를 땅으로 떨어뜨리면서 구르면 구를수록 더 커지는 눈덩이에 다름아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시인에서 소설가로 변신한 김승희의 첫 소설집 『산타페로 가는 사람』에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거의 ‘씰피드 콤플렉스’나 ‘뫼비우스 씬드롬’을 앓고 있다. 발레극 「라 씰피드」에 기원을 둔 씰피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