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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

이청준 비평 인간이 그렇듯이 예술 작품에도 저마다 운명이란 것이 있다. 하지만 이청준의 『서편제』란 소설처럼 한 작품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운명의 부침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경우도 그리 흔치는 않을 것이다.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이라는 부제가 붙은 일련의 작품이 연작 형태로 여러 지면에 그 모습을 드러낼 때만 해도 이 작품이 작가 개인에게는 물론이고 한국문학 나아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성감대를 건드리는 문제적 작품으로 떠오르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작품의 주요 소재가 판소리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작가가 초기작부터 천착해 왔던 전통적인 장인(匠人)들의 세계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의 연장선상에 놓인 작품으로 인식되는 정도였다. 이것이 한 권의 창작집으로 묶여져 나왔을 때에도 사정은.. 더보기
축제 - 이청준 이청준(李淸俊)의 『축제』는 그가 단속적으로 이어온 ‘어머니’ 이야기에 한 매듭을 짓는 작품으로 여겨진다. 닫힌 상황 속에서 무력한 개인이 겪는 어려움의 성찰, 권력 혹은 지배로부터의 자유를 위하여 언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방법적 타진, 서로 나뉘어 다투는 세력 사이의 화해 가능성에 대한 모색 등은 이청준 소설과 흔히 연결되는 주제어들이다. 하지만 이 작가의 눈길이 늘 그런 번듯하고 다분히 추상적인 관념의 주위만을 서성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조금 더 작고 구체적인 주제를 다루면 서 그는 예컨대 (필경 작가 자신의 것일) 어떤 신산스러운 가족사에 관련된 이야기를 되풀이하여 들려준 바 있고, 그 가족사의 중심에 자리한 인물이 어머니였던 것이다. 내 생각에 이청준적 어머니의 모습이 특히 인상깊게 그려.. 더보기